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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9 22:35:33
'밴드 이날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날치'는 판소리를 전공한 소리꾼 네 명과 두 명의 베이스 연주자 그리고 한 명의 드러머로 이루어진 얼터너티브 팝밴드입니다.
국악과 팝의 만남 즉, 판소리와 베이스, 드럼이 함께하는 밴드의 조합은 독특한 것 같은데요, '밴드 이날치'의 결성 배경과 계기가 궁금합니다.
2018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극단 여행자의 양정웅 연출님이 공동 기획한 애니메이션 음악극 《드라곤 킹》이라는 작품을 위해 지금의 소리꾼과 장영규 음악감독님이 함께 음악작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에 그 작품을 위해 만들었던 음악들을 기반으로 하여 클럽에서 춤추며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재탄생시키자는 생각을 했고, 장영규 음악감독님의 혜안으로 판소리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리듬악기 중심의 밴드구성이 지금의 형태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범 내려온다》가 현재 대중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대중음악 속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날치’만의 차별화된 음악적 색깔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차별화'를 위한 전략은 세우지 않아요. 단지 멤버 개개인이 가진 경험과 공력을 존중하고, 우리가 즐겁고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또한, 전통 판소리의 매력과 본질을 최대한 살리되, 악기 연주자는 소리에 일방적으로 맞추기보다 각자의 언어로 연주하며 적절하고 신선한 지점을 끊임없이 모색합니다. 나아가, 소리북을 모방하거나 서사구조에 너무 갇히지 않으려고 하고 음악을 만들 때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다가 소리와 악기연주가 안정적으로 만난다는 느낌이 들면 과감히 버립니다. 흔한 건 재미없으니까요. 생경하지만 재미있는 방향을 추구합니다.
판소리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판소리는 '소리'라는 단어 그대로, 세상 만물의 모든 소리가 전달하는 이야기에 재치 있게 녹아져 있어요. 새소리, 물소리, 화살 소리, 우는 소리, 웃는 소리 등등… 듣고 있으면 '소리'라는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이 회화는 굉장히 구체적인 동시에 은유적이고 어떤 때는 추상적이기도 한데, 양과 음, 희와 비, 남과 여, 장과 단, 이러한 양극단의 성질들이 소리꾼이라는 한 사람의 예술가를 통해 자유롭고 긴밀하게 넘나드는 모습을 보면 한편의 줄타기 영화를 보는 듯해요. 이런 부분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생활 중 기억에 남는 특별한 일화가 있으신가요?
신입생 시절 3월에 동아리 활동을 해보고자 학생회관을 배회하고 있을 때, 안이호 선배가 "나래야~"하며 학생회관이 떠내려갈 정도로 부르는 소리에 이끌려 '마당패탈'이라는 동아리방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 후로 '마당패탈'에서 대학 생활의 대부분을 지내게 되었고, 인문학 세미나, 탈춤, 농악 등 여러 활동들을 통해 나와 다른 환경에 있는 친구들과 부대끼며 함께한 덕에 사고의 폭이 조금 넓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날치'도 안이호 선배의 제안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참 재미있는 인연인 것 같아요.
‘이날치’의 향후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곧 싱글이 발매될 예정입니다. 수궁가 중에서 다루지 않았던 대목으로 '여보 나리'라는 곡이에요. 정규 1집 《수궁가》가 바이닐로만 발매가 되었었는데, 싱글 발매 후 《수궁가》의 모든 곡을 실은 CD가 발매됩니다. 그리고 쉽진 않겠지만 다시 무대에서 관객 분들과 직접 만나 소리를 나누는 기회가 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 것 같아요. 타인의 이목과 기준이 아닌 자신의 신념으로 긴 터널을 잘 지나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즐거이 하는 일을 좇길 바라요. 멀리서나마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
서면 인터뷰_ 조형주 음악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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