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letters
2021-03-29 22:31:08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학부 졸업과 석사과정 진학 이후 갑작스럽게 독일로 유학을 결정하게 되었어요. 현재는 하노버 음악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뒤, 최고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작년에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고, 현재까지 머물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연주를 위해 독일로 다시 출국하려 했으나 계속해서 계획들이 무산되거나 미뤄지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학부 재학 중에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학교에 다니셨는지요?
어떤 일이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항상 성장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 것 같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성장을 위한 도전을 즐기는 편이에요. 제가 콩쿠르에 많이 참가하는 편인데, 이를 비롯해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연주하는 것과 이러한 것들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레퍼토리를 배우는 것도 마찬가지이고요.
피아노를 전공으로 삼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조금 평범한 이유이긴 한데요, 여덟 살 때 친구가 피아노학원에 다닌다는 말을 듣고 따라 다니면서 피아노를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웃음). 단순한 취미생활로 여기다가 학원 원장님의 권유로 예술중학교 입시를 보게 되었고, 운이 좋게 합격하면서 피아노를 전공하게 되었어요. 그 이후로 꽤 오래 피아노를 쳐왔지만 그만두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없습니다. 앞선 질문에서 답했듯이 도전을 즐기는 편이라 그만큼 실패도 많이 따라오고, 그때마다 좌절을 겪으면서 계속 해야 하느냐는 고민에 부딪히기도 해요. 그렇지만 그만두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에, 앞으로 해야 할 일 혹은 할 수 있는 일을 더 찾고 다시 또 일어서서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 혹은 음악작품은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대답하기가 조금 곤란해요. 작곡가마다 다양한 매력이 있기 때문에 하나만 골라 대답하기가 어렵거든요. 학부 시절에는 쇼팽을 좋아해서 쇼팽 작품들을 열심히 공부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프랑스 음악에 관심이 생겨서 드뷔시 작품들을 많이 듣고 공부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딱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아닌 여러 시대의 곡을 함께 공부하고 연주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재학 중 기억에 남는 일화 혹은 활동이 있으신지요?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첫 번째는 학부 졸업 연주인데요, 4학년 졸업연주가 제 인생의 첫 리사이틀이었습니다. 준비 기간이 짧아서 그랬는지 굉장히 많이 떨렸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다른 하나는 동아리 활동이에요. 제가 유일하게 했던 동아리 활동이 1학년 때 알앤비 힙합동아리에서 활동했던 것이에요. 당시에 래퍼로 공연도 했는데, 피아노 연주자로 무대에 설 때와는 달리 래퍼로서 공연할 때는 관객을 볼 수 있었어요. 공연하는 내내 관객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걸 보니 소통하는 느낌이 더 크게 들었다고 해야할까요. 굉장히 신선했고 아직까지도 기억에 많이 남는 경험입니다.
독일에서 기억에 남는 연주 경험 혹은 학교에서의 경험이 있나요?
지금 저의 스승이신 독일의 교수님께 배웠던 과정들이 다 생각이 나네요. 그리고 학교 밖에서 열린 콩쿠르에서 우승을 했을 때나 연주하고 나서 관객들의 호응을 받았을 때 등 제 노력이 보상받았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특히 연주가 끝난 후 ‘네가 연주에 얼마나 큰 노력과 열정을 쏟아 부었는지가 느껴져서 좋았다’와 같이 관객들이 제게 직접 찾아와 해주었던 말이 항상 기억이 납니다. 이런 것들로 인해서 음악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기도 해요(웃음).
이상적인 음악가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음악적인 게 아닌 것으로도 어필을 해야 하는 요즘 시대를 보면서 진정한 음악가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물론 저도 이러한 부분에 따르려고 하고 있긴 하지만, 오히려 옛 시대에 온전히 ‘음악을 위한 음악’을 하셨던 분들께 더 존경심이 들더라고요. 근데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지 어쨌든,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전달할 수 있는 음악가가 이상적인 음악가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저는 음악이 다른 그 어떤 언어보다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강하다고 믿고 있거든요. 제가 연주를 하고 그 연주로 인해 관객이 무언가를 느끼고, 그리고 그걸 다시 저에게 나누어 줄 때 그로 인해서 저 역시 감동하게 되고요. 저는 이런 선순환 되는 과정이 항상 즐거웠습니다. 음악을 통해서 받는 즐거움이나 기쁨을 전달할 수 있는 음악가, 그리고 제가 느낀 그런 즐거움을 전달해주고 싶은 게 어떻게 보면 음악가로서 저의 의무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과정이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피아노는 대중적이면서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온 악기입니다. 피아노라는 악기가 갖는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피아노가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접근성이 제일 좋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아노의 경우에는 처음 배울 때 다른 악기에 비해 필요한 테크닉이 쉽기 때문에 다가가기 쉬운 것 같아요. 그리고 흔히 피아노를 작은 오케스트라에 비유하는 것처럼 광범위한 표현이 가능하고, 음역이 넓은 것이 피아노의 매력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점이 여러 성부의 악기를 모방하는 소리나 색채 등을 표현할 수 있게 한다는 점도 마찬가지고요.
국내 최고의 콩쿠르들뿐만 아니라 해외 유수의 콩쿠르들에서도 수상하셨습니다. 콩쿠르에는 주로 어떤 자세로 임하시는지요?
콩쿠르라는 것이 겉으로는 사람들과 경쟁하는 장소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경쟁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면 오히려 더 긴장되고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더라고요. 오히려 콩쿠르에서 만난 다른 참가자들을 친구로 삼고, 그들의 연주를 통해 새로이 배우곤 합니다. 또 제가 가보지 못한 곳에 가서 그곳의 문화도 배울 수 있고요. 이런 점들로 인해서 저는 콩쿠르를 연주 여행이라고 생각했고, 이렇게 생각할 때마다 더 좋은 결과를 얻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즐기려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금 계획되어 있는 콩쿠르들이 모두 미루어진 상태입니다. 우선은 예정된 콩쿠르들에 임하고, 계획된 연주도 준비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제가 졸업을 앞둔 상태라 독일로 돌아가 졸업한 이후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교육 활동이나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한 활동 등 여러 방면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여러 플랫폼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는 활동도 하고 싶네요(웃음).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격려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실패할 때도 있고 성공할 때도 있겠지만, 실패한다고 해서 그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성공할 때는 그 성공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아쉽고 후회되는 점이 제가 어떤 영광스러운 자리에 올랐을 때 그만큼 만끽하지 못했던 것이거든요. 그리고 목표를 설정해서 실행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이나 자연 등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생은 한 번 뿐이니까 본인이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 전부 다 경험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글_ 신화정 작곡과 이론전공
- Previous[02 현재의 소리] 졸업생 인터뷰: 밴드 이날치 - 이나래 (국악과) 24.08.27
- Next[02 현재의 소리] 명예교수 인터뷰: 신수정 명예교수 (기악과 피아노전공) “음악대학의 발전을 위한 한 걸음” 24.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