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Music - SNU
    [02 현재의 소리] 신임 교수 인터뷰: 국악과 노은아 교수 “세계로 뻗는 우리가락”
    SNUMUSIC 2024.08.27 13:51

2021-09-21 20: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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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과정을 졸업하고 약 10년 만에 돌아온 학교는 많이 바뀌어 있었다. 연주자이자 교육자로서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온 노은아 교수(이하 노 교수)에게, 몰라보게 달라진 학교의 공기와 한국의 음악 제도는 새로운 감회를 자아냈다. 국악과의 낯선 커리큘럼에 즐겁고도 정신없이 적응하며 지내다 보니 어느덧 무사히 한 학기가 끝났다.


노 교수는 한국 음악 이전에 한국 무용으로 예술 세계에 발을 들였다. 선화예술학교(현 선화예술중학교) 무용과에 입학했지만, 여덟 살에 입단한 예술단에서 열다섯 살이 되던 해까지 국악 또한 자연스럽게 접하고 익혔다. 무용수로서의 비전과 자의식을 형성해 나가던 중학교 2학년의 어느 날, 전과의 계기가 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연습 중 다리에 부상을 입은 것이다. 지금에야 전화위복으로 여길 수 있지만, 사춘기를 지나던 당시의 노 교수에게는 분명 버거운 일이었다. 선화예술학교의 모든 학생은 하나의 전공을 가져야 했는데, 더 이상 무용을 할 수 없으니 이제는 새로운 전공을 선택해야 했다. 클래식음악은 지금껏 해 왔던 한국 예술과 방향이 완전히 달라 선택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친구의 해금 소리를 듣고 악기를 빌려 소리를 내 봤던 것이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요즘처럼 블루투스 스피커가 흔하지 않던 시절, 무용수들은 모든 음악을 구연으로 외워서 연습하곤 했다. 8년의 세월 동안 정악, 산조, 민요 등 국악에 맞춰 무용을 했던 경험은 덕분에 엄청난 이점으로 작용했다. 악보도 없고 제대로 배운 적도 없는 곡들을 전부 외워 해금으로 연주해 내니 많은 이들의 놀라움을 살 수밖에 없었다. 주위의 칭찬과 재능의 자각 속에서, 해금 연주가로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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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교수는 해금 전공으로 전과한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국악고등학교 시절까지, 총 4년 동안 해금 교육을 받고 대학교에 진학했다. 대학 입학 후 여러 분야의 사람과 학문을 접하며 든 생각은 “세상은 너무 넓다”는 것이었다. 대학시절 노 교수는 음악적 역량 강화에 집중하기보다는 자기 역할과 존재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며 ‘연주자로서의 나’가 갖는 의미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진정한 음악가로 거듭나는 필수 관문과 같은 과정이었다. 그렇게 잠시 방황 아닌 방황의 시기를 보냈으나, 덕분에 이내 마음속에 연주자로서의 삶을 위한 뚜렷한 방향성과 신념을 지니고 연주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졸업 후에는 KBS 국악단에 입단, 15년간 무수히 많은 독주 무대에 오르며 연주 경력을 쌓았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노 교수의 내면에는 하나의 의문이 자리했다. 관객과 소통하며 연주를 펼치는 것 못지않게, 지도 학생들의 발전에서도 만족감과 행복감, 성취감을 느꼈던 것이다. 일평생 무대에서의 뿌듯함을 원동력으로 여기며 살아온 노 교수에게 다시 도래한 혼란기였다. 하지만 교육자가 본인에게 맞는 옷임을 깨달은 뒤부터는 곧 “평생 열심히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고 새로운 길에 도전했다.

노 교수의 교육 철학은 연주자의 내면에 높은 비중을 둔다. 실기만으로도 음악이 될 수는 있으나, 진정 예술로 구현되는 것은 인성, 지적 성향, 성격 등 연주자의 모든 것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교육자로서 한 학생의 연주를 평가할 때는 연주 기술에 100% 초점을 맞추기보다 연주의 여러 측면을 다양한 방식과 기준으로 보다 세밀하게 보려 한다. 음악과 타영역의 융합이 날로 활발해지고 있는 이 시대에, 노 교수는 학생들이 자기 자신과 세계에 대한 통찰력을 가진 예술가가 되길 바라며 그들 내면의 무한한 여지를 이끌어 내는 데 집중한다.

시대에 발맞춰 국악의 한계를 깨고자 하는 노 교수는 무엇보다 국악의 세계화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뛰어난 기량과 개성을 갖춘 한국 해금 연주자들의 예술을 서양 음악과 융합하여 해금 음악이 더 큰 세상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노 교수의 목표이다. 헝가리와 이탈리아를 비롯한 수많은 나라에서 현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등, 해금이 ‘미지의 동양 악기’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새로운 악기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부지런히 국외 일정을 기획해 왔다. 그 노력은 각국 아티스트와의 지속적인 후속 작업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렇듯 끊임없이 장르 융합과 국악 발전에 힘쓰는 그는 현재 중국, 헝가리, 그리스 등 여러 나라와의 크로스오버 연주에 한국 학생들을 참여시키고 있고, 독일, 벨기에, 미국 등의 주요 연주회장에서도 공연을 앞두고 있다.

각자의 분야에서 열정을 태우는 음악도들에게 노 교수는 이렇게 전한다. 학생 때는 개인의 발전을 위해 치열하고 성실하게 훈련에 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우리가 향하고 있는 이 길의 궁극적인 가치를 생각해 보는 것이 필수이다. 콩쿠르와 연주회에서 한 연주자로서 받는 인정은 분명 값진 것이지만, 국제적인 음악 동향을 파악하고 세계에 한국 음악의 가치를 알려 그 위상을 높이는 데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끊임없는 경쟁을 거치며 좁은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기보다, 아직 우리 음악을 모르는 귀에 이 음악을 소개하고 교감하려 노력하는 음악 활동을 노 교수는 권한다. 그로 인해 돌아올 긍정적인 결과는 무궁무진할 테니, 항상 기대감으로 가득한 즐거운 삶을 살 수 있으리라고 말이다.

 

글_임예지(성악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