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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피아니스트 김가온은 서울대 음대 작곡과 이론전공을 졸업한 후 미국의 버클리 음대와 뉴욕대 음대에서 재즈 피아노를 공부하였고 현재 백석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자유롭고도 유려한 재즈의 음악을 연주하며 재즈의 매력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그를 만나보았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이론 전공에 진학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음악이 너무 좋아서 음악대학을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늦게 음악을 시작한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몰랐고, 여러 방면으로 정보를 모아본 결과 서울대학교 작곡과 이론 전공을 찾게 되었습니다. 당시 고등학교 때 성적이 좋은 학생이었고, 학구적인 성향의 저와 잘 맞을 것 같았습니다. 또 음악만 할 수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생활 중 기억에 남으시는 특별한 순간이 있으신가요?
학교 수업도 의미 있었지만, 음대 앞마당에서 장터를 열고, 음식을 만들어서 팔거나 사 먹었던 소소한 순간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클래식, 특히 고전적인 이론을 공부하는 이론과에서 재즈로 전향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지는 않으셨나요?
사실 저는 피아노 앞에 앉아서 코드를 가지고 음악을 즉흥적으로 연주하면서 노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재즈를 접했을 때 그렇게까지 거리가 멀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이론과에서 배웠던 음악적인 이론들, 예를 들어 화성법, 대위법, 시창청음 등의 모든 이론적 제반들이 저의 음악 인생에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고 학교 재학 중 합창단 활동에 참여하여 지휘를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렇게 많은 음악적인 경험들이 저의 음악의 밑바탕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 많은 클래식 전공자분들이 “재즈로 전향하기 어렵지 않나요?”라고 물어보시는데, 제 생각에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비유하자면 “젓가락질만 해왔는데 숟가락을 잡기 어렵지 않을까요?”와 비슷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클래식을 하면서 배운 음감, 테크닉 등은 재즈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자산이 되고, 실제 재즈씬에서도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하신 많은 분이 활동하고 계십니다.
재즈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재즈의 매력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자유로움’입니다. 재즈는 감상자 입장의 재즈와 연주자 입장의 재즈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 감상자 입장의 재즈는 조금 안타깝지만, 재즈의 진정한 맛을 느끼기 쉽지 않습니다. 흔히 재즈는 연주자를 위한 음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클래식 음악도 연주자가 매우 중요하나, 사실 우리의 역사 속에 남았던 클래식 음악가들의 많은 경우가 작곡가입니다. 반대로 재즈에서는 작곡가보다 연주자가 무척 중요하고, 연주자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감정들,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들을 즉흥연주를 통해 무한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감상자 입장에서 진정한 재즈는 조금 어렵게 들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익숙한 것에 편안함을 느끼는데, 재즈 연주자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선율을, 색다른 표현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낯설게만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즉흥연주의 참맛이고 재즈의 매력입니다. 따라서 감상자들이 두려움을 떨치고 연주자들의 자유로움을, 연주자들의 에너지, 흥겨움, 그리고 연주자들이 앙상블을 할 때의 대화하는 느낌들을 포착할 수 있다면, 감상자로서도 아주 많은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즈를 연주하시다가 가끔 클래식 음악을 연주해보시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으신가요?
자주 생각이 들고 연습 삼아 하기도 합니다. 클래식 연주를 하는 것이 여러모로 재즈 연주에 도움이 되고, 제자들에게도 클래식 연습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옛날과 비교하면 클래식 음악을 더 잘 연주하는 것 같은데, 그만큼 저의 음악성이나 음악적 표현력이 많이 원숙해진 듯합니다. 다만 재즈는 대부분 즉흥연주이다 보니 악보를 보는 일이 예전보다는 줄어, 초견 실력이 점점 무뎌진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는 즉흥연주를 해내는 능력이 재즈 피아니스트의 숙명이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재즈씬에서도 서울대라는 타이틀은 많은 도움이 되었나요?
우선 서울대 졸업자들이 사회에 진출했을 때 일반적으로 느끼는 부담감이나 책임감이 있고, 재즈계에서도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서울대 음대를 나왔다고 하면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으므로 처음에 버클리에 진학했을 때에는 정말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그것이 서울대라는 타이틀에서 오는 나름의 동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필드에서는, 특히 재즈씬에서는 학력보다 연주력이 훨씬 중요합니다. 연주력으로 모든 것이 평가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좋은 연주에 있어서 좋은 학력은 별개의 것인 것 같습니다.
졸업생으로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사회에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 사회는 정말로 넓고 음악도 마찬가지로 굉장히 광활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클래식에만 한정되어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다양하고 많은 음악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서울대학교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음악교육 속에서 길러진 음악적인 시야, 음악적인 감각들을 어떻게 나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만들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그 후 사회에 나왔을 때는 서울대라는 명예에 기대어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음악에 정진하고 실력을 쌓아야 합니다. 특히 재즈계에서는 실력만이 중요하니까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작은 바람이지만, 재즈는 아주 재밌습니다. 특히 대중음악을 생각하시는 학생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 재즈를 공부하시면 대중음악에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니 재즈를 많이 사랑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_ 이창성_작곡과 이론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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