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Music - SNU
    [02 현재의 소리] 졸업생 인터뷰: “뮤지컬에 빠지다” - 원미솔 (작곡과 작곡전공)
    SNUMUSIC 2024.08.27 11:59

캠퍼스에 학생들 대신 싱그러운 풀내음만 가득 채웠던 지난 7월, 반가운 동문들이 음악대학 소식지 <울림>을 통해 후배들과 소통하고자 학교로 찾아왔다. 현재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원미솔 음악감독이 후배들에게 보내는 아낌없는 조언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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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생활 중에 기억이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저는 학교를 조용히 다니지 않았어요. 20대에는 지금보다 성격이 더 튀었어요. 어디까지 이야기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저희 학번이 우애가 좋고 단합이 잘 되었어요. 입학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동기들끼리 MT를 갔는데, 교수님 허락 없이 무단으로 금요일 수업을 빠지고 2박 3일로 다녀왔습니다. 결국에는 단체 무단결석으로 처벌을 받았고, 학교에서는 각 집으로 경고장을 보냈었습니다. 그 당시 학교 내에서 “작곡과 신입생들이 도주했대”, “땡땡이 치고 MT갔대” 하면서 많이 회자가 되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엄청난 사건이었어요.

 


뮤지컬 음악감독이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음악감독으로서 데뷔는 1999년도에 했는데 너무 이른 나이에 우연한 기회로 데뷔한 특수한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2학년 무렵 대중음악을 전공하던 친구의 소개로 녹음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중가요와 미디를 배웠어요. 당시 일을 하면서 가수 하림 씨를 만났고, 함께 홍대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어요. 그때는 대중음악이 너무 하고 싶었고 사람들을 내 음악에 빠지게 하고 싶다는 열정이 가득한 시기였습니다. 이곳저곳에 기웃거리며 내가 할 수 있는, 음악과 관련된 모든 아르바이트는 다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사라진 PC 통신에서 그 해의 가장 큰 작품이었던 뮤지컬 <락햄릿> 오디션 반주자 공고를 보게 되었어요. 요즘에는 이런 공식적인 모집글이 거의 없는데, 당시에는 인프라가 없어서 뮤지컬 제작 회사에서 그런 방식으로 사람을 찾았어요. 그렇게 오디션을 붙어서 당시 음악감독이었던 밴드 H2O의 보컬 김준원 씨를 만났어요. 그런데 그분이 음악감독을 역임 하시다가 갑자기 주인공 햄릿 역으로 신성우 씨와 더블 캐스팅이 되는 바람에 제가 음악 조감독과 연주를 병행하다가 얼떨결에 음악감독 역할을 맡게 되었죠. 당시에 나이가 너무 어렸던 터라 음악감독 대신 음악지도라는 타이틀로 시작했는데, 음악지도를 하며 스스로 뮤지컬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직업으로서 음악감독 그리고 작곡가가 주는 매력은 어떤 게 있을까요?


음악감독은 소통을 통해서 조율하는 조율자예요. 스태프(제작진)들, 배우들, 연주팀(음악팀) 사이에서 조율하는 조율자죠. 뮤지컬은 음악의 흐름이 관장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모든 공연은 음악감독에서부터 시작해요.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저희가 진행하는 흐름에 따라서 따라오죠. 음악감독은 음악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조율자로서 이해 능력과 소통 능력을 다 갖춰야 하죠. 그래서 그런 부분들이 참 재밌어요. 제 성향과도 잘 맞고요. 음악감독을 역임하며 여러 장르의 음악을 접했고, 이를 통해 내 음악적 역량도 성장하고 있지 않나 하는 기대감으로 일하고 있어요. 작곡가는 음식을 만드는 역할(creator)이라면 음악감독은 만들어진 음식을 어떻게 내놓고, 어떻게 하면 풍미를 더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역할(re-creator)이죠.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데 작곡가가 좀 더 힘들고 부담스러운 역할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역할이니까. 그래서 요즘에는 내 음악을 하고 싶은데 과연 그런 그릇이 될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특히 요즘 뮤지컬 <백범>을 준비하면서 제 자신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해요.

 


마지막으로 감독님과 같은 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현실적인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제가 지금 당장 말하고 싶은 것은 어떠한 시스템이 있으니 이렇게 해라가 아니에요. 어떤 장르든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일단 자신의 음악이 있어야 하고 그 음악을 보여줄 줄 알아야 해요. 이것이 우선이에요. 어떤 장르를 하고 싶다면 그 장르에 대한 관심과 능력을 꾸준히 기르다 보면 멀리에만 있어서 보이지 않던 기회가 점점 가까워질 거예요. 그러니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하기를 추천합니다.


제가 20대일 때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길을 개척해나가야만 했는데, 지금은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지는 중이에요. 저 역시 그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기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거예요.



원미솔 음악감독이 작곡가이자 음악감독으로 참여하는 창작 뮤지컬 <백범>은 올 9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글_ 조수현_음악과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