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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2021-03-29 22:44:05
우선,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근황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인터뷰 요청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현재 베를린 필하모니 카라얀 아카데미와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음악대학에서 베를린 필 수석 오보이스트 켈리(Jonathan Kelly)와 솔로 잉글리시 혼 주자 볼렌베버(Dominik Wollenweber)에게 수학 중입니다. 또한 1월 29일에 있을 코리안심포니 신년음악회 협연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2018년부터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카라얀 아카데미에서 멘토링을 받으며 여러 무대에 오르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인 만큼 카라얀 아카데미에 들어가는 것부터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입학 과정과 베를린으로의 유학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대학교 2학년 때 한 달간 PMF(Pacific Music Festival)라는 페스티벌에 참가했어요. 그 때 베를린 필하모니 수석 오보이스트인 조나단 켈리로부터 오케스트라 멘토링을 받으며 연주를 함께 했는데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솔로이스트로서의 각각의 모습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면까지도 존경스러웠고 그분의 열렬한 팬이 되었죠. 그 이후 관련된 모든 음반과 베를린 필 영상을 찾아보며 실황으로 연주를 듣고 싶다는 마음과 조나단에게 배우고 싶다는 확신이 들었고, 베를린에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졸업 직후 바로 베를린으로의 유학을 마음먹었습니다. 카라얀 아카데미 오디션 데드라인이 하루 지난 후 오디션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원서를 넣었고, 그로부터 한 달 뒤 운이 좋게 초청장을 받아 총 3번의 라운드로 이루어진 오디션을 보았어요. 당일에 바로 결과를 알려주는데 조나단으로부터 앞으로 자신에게 멘토링을 받으며 베를린 필 무대에 설 수 있다는 합격 소식을 들었습니다. 너무 행복했지요. 그 후 베를린 필에서 많은 경험을 하며 자연스럽게 다른 오보에 주자들을 알게 되었고, 그 중 저에게 많은 도움과 영향을 준 베를린 필의 솔로 잉글리시 호른 주자인 볼렌베버 선생님과 작년 9월부터 석사 과정으로 공부하게 되었어요.
사실 이 모든 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결과에 대해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부담감 없이 준비할 수 있었고, 평소보다 자유롭게 음악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힘들었던 것은 준비과정보다는 졸업 직후 타국에서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하며 내 미래를 만들어 나갈지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감에 휩싸일 때입니다. 하지만 현재 모든 것이 불확실한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구체적인 지위나 상태에 대한 계획보다는 내가 어떤 음악인이 되고 싶은지를 고민하는 것에 집중하고, 순간순간 찾아오는 또는 찾아올 기회를 기대하며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분명 어느 순간 발전해 있고 안정적인 나 자신을 발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와 오보에라는 악기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머니가 오보에를 너무 좋아하셔서 그런지 어렸을 적부터 오보에가 굉장히 익숙했어요. 제가 6살쯤 어머니는 아침마다 라디오나 CD플레이어를 틀어 놓으셨고, 기상할 때마다 오보에 곡을 들으며 일어났던 것 같아요. 아직도 기억하는 곡 중 하나는 바흐(J. S. Bach)의 《Concerto for Oboe d’amore in A Major》로 들을 때마다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 행복한 곡입니다. 그래서인지 음악에 대해 모르던 시절에도 귀신같이 오보에 소리만큼은 찾아냈지요. 이제는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보에가 듣기 싫어도 들리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네요.
Pacific Music Festival, ISA music festival에 참가하고,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객원단원으로 활동하는 등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의 경험도 다양하지만, 금호영재 독주회를 데뷔로 하여 이번 코리안심포니 신년음악회 협연까지 솔로이스트로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계십니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연주할 때와 솔로이스트로서 연주할 때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그리고 그 차이점을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오보에라는 악기는 관현악곡 안에 솔로 파트가 굉장히 많은 악기라 유럽에서는 수석 오보이스트를 솔로 오보이스트라고 불러요. 저에게 있어서 사실 솔로이스트와 오케스트라 단원의 경계는 모호한데, 솔로이스트 또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해야 하며 오케스트라 단원도 하모니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만 합니다. 단지 솔로이스트는 작곡가에 대한 나의 생각, 곡에 대한 해석, 나만의 이야기에 대해 보다 자유롭고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할 수 있지만 악단의 수석 오보이스트의 경우 많은 부분이 독주일지라도 지휘자와 다른 오케스트라 멤버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야 하며 같이 이야기를 만들어가야하기 때문에 내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닌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끊임없이 소통해야 합니다.
오보에가 갖는 매력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러한 매력이 잘 드러나는 곡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오보에는 비르투오소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 바이올린이나 플루트와는 다르게 서정적이며 멜랑콜리한 음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주자의 기교가 드러나는 화려한 악기는 아닐지라도 사람을 감동시키고 울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악기로 비애의 악장인 차이코프스키(P. I. Tchaikovsky) 《Symphony No.4 in f minor, Op.36》 2악장의 주선율이 오보에를 대표하는 선율 중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굉장히 많은 곡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던 바흐(J. S. Bach)의 《Concerto for Oboe d’amore in A Major》 와 그의 아들인 바흐(C. P. E. Bach)의 《Oboe Concerto in B♭ Major》도 있지요. 고전시대를 풍미하는 작곡가 모차르트가 작곡한 오보에 협주곡은 두말할 필요 없이 오보에 곡 중 가장 대표적인 곡이며, 19세기의 로맨틱하며 아름다운 오보에의 멜로디를 감상하고 싶다면 슈만(R. Schumann)의 《Three Romances for Oboe and Piano》를, 인상주의의 색채적인 곡을 좋아하신다면 라벨(M. Ravel)의 《Le Tombeau de Couperin》을 추천합니다.
동아콩쿠르 1위, KBS•한전 음악콩쿠르 전체 대상 등 국내 유수의 콩쿠르 뿐만 아니라 오사카 국제음악콩쿠르, 스위스 무리 국제콩쿠르 등 해외 콩쿠르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셨어요. 거의 매 콩쿠르마다 1위를 석권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콩쿠르를 준비할 때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준비하셨는지요?
테크닉적인 부분보다도 어떤 음악을 표현하고 싶은지를 찾고 상상하며 그 음악을 보여주는데 노력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모차르트 곡을 연주한다면 모차르트의 일생이 녹아있는 오페라를 보거나 관련된 책을 읽고 나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표현하는 것처럼요. 또한 콩쿠르를 준비한다는 마음보다는 연주를 한다는 마음으로 심사위원도 관객들처럼 연주를 즐기게 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목표와 계획을 지니고 계시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더욱 불확실해진 미래 속에서 어떤 지위나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지 않으려 해요. 어떤 불행이나 행복을 겪든 그 감정을 승화시켜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고자 했던 모차르트처럼 앞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지든, 어떤 컨디션이든 언제나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며 나 자신과 관객들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연주를 만드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음악대학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학생들의 배움과 도전의 기회가 많이 사라지고 있는 코로나 시기에 비관적이거나 부정적인 면에 집중하기보다는 이 시기에만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고, 곧 펼쳐질 수많은 기회를 기대하며 우리의 실력을 갈고 닦아 놓읍시다. 우리 모두 파이팅!
서면 인터뷰_ 신화정 작곡과 이론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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