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현재의 소리] 졸업생 인터뷰: 최형록 (기악과 피아노전공)
    SNUMUSIC 2024.08.27 13:12
2021-03-29 22: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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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근황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2020년은 모두에게 무척 힘든 해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많이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된 연주들을 감사하게도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하반기에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석사과정을 졸업했고 바로 이어서 최고연주자과정에 재학 중입니다.

피아노를 계속 배우고, 피아니스트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무대 위에서 위대한 작곡가들의 세계관 속 ‘나ʼ라는 연주자의 세계관을 관객들과 공유 하는 것. 바로 이것이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어렸을 땐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 마냥 재미있기만 했는데, 지금은 제가 그 능력을 가질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피아노라는 악기를 통해 작곡가의 마음과 제 마음을 표현할 때 드러나는 미묘한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 그것이 제가 계속 나아가도록 하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고 힘든 길이지만 묵묵히 이 길을 걸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피아노를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이 있으셨나요?

고등학생 때 입시를 준비하던 때가 생각나네요. 앞만 보고 열심히 했지만 저도 모르게 참 많은 압박감이 쌓이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돌아보니 그때는 막연히 열심히만 하는 삶 속에 갇혀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대학 진학 이후에 ‘내가 왜 음악을 하는 걸까’에 대한 이유를 제 자신에게 계속 되묻고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크고 작은 성과들을 이뤄내며 자연스럽게 극복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연주자는 누구인가요?

오랫동안 좋아했던 연주자는 피레스(Maria João Pires)입니다. 그 분이 풀어내는 이야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 힘을 너무 본받고 싶어요. 그리고 저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쉬프(Andras Schiff), 올슨(Garrick Olof Ohlsson), 아르헤리치(Martha Argerich) 등 좋아하는 연주자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앞으로 어떤 연주자가 되고 싶으신지요?

진지하지만 담담하게 감정을 풀어내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만의 아이디어로 구성된 공연을 통해 더욱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삶에 있어서 음악은 그리고 피아노는 무엇인가요?

어느 순간,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능력ʼ 자체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어요. 사람들은 누구나 하나씩 재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음악이라는 분야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마치 운명처럼 이 길을 걸어온 듯한 느낌이 들어요. 주변의 수많은 도움과 운도 많이 따라줬다고 생각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피아노가 이젠 내 삶이구나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저의 모든 것을 담기 위해서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재학 중 기억에 남는 순간 혹은 활동이 있나요?

저는 동아리 활동을 해보지도 않았고 오로지 집과 연습실만 오가며 살았어요. 예고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집과 연습실을 오가는 삶을 지속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좀 더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놀기(?)도 할 걸 하는 생각도 드네요. 물론 재학 중에 이뤄낸 성과들도 기억에 많이 남지만 자주 다니던 음대 카페 또는 연습실에서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것, 같이 학생식당에서 밥 먹는 것 등 특별한 일 없이 대학생이기에 할 수 있었던 소소한 일상들이 많이 그립고 기억에 남아요.

해외에서 수학하고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기까지의 기간 중 힘들었던 경험 혹은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이 있나요?

사실 부모님께서 부족한 형편 임에도 불구하고 아낌없이 지원해 주셨어요. 오로지 저에게만 투자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요. 유학 중에 아버지께서 정년퇴직을 앞두고 계실 때가 기억이 나는데, 당시 저는 공부를 그만두어야 될 수도 있다는 압박감이 들면서 참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센다이 국제 콩쿠르에 우승하면서 걱정들이 해결되었어요.

2019년도 센다이 국제 콩쿠르에서 피아노 부문 1위를 차지하셨어요. 콘체르토만 3곡을 준비해야 하는 것에 부담이 컸을 것 같아요. 특히 파이널 라운드에서 모차르트와 차이코프스키의 콘체르토를 연주하셨는데, 시대적 배경이 상이한 두 작품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아요. 어떠셨나요?

개인적으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경험이 많이 부족해서 굉장히 어려웠어요. 콘체르토를 그렇게나 좋아하면서 막상 오케스트라와 같이 하면 왜 이렇게 마음대로 잘 안 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죠. 센다이 콩쿠르는 콘체르토의 비중이 많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어려움을 극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제 나름대로 많이 고민하면서 열심히 파고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갖고 계시는지요?

지금 당장은 앞두고 있는 쇼팽 국제 콩쿠르에 제 모든 것을 후회 없이 쏟아 붓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리고 2020년에 코로나19로 인하여 연기되었던 연주회들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끊임없이 탐구하면서 좋은 연주를 들려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요즘 한국의 대중음악 K-POP이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되면서 그 입지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에서 클래식 음악 연주자로서 살아가는 삶은 어떠신지요?

사실 클래식 음악이 대중음악에 비해서 좁은 시장이긴 하지만, 요즘은 유튜브라는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들이 주목받는 것을 보면서 클래식도 못지않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어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대중음악의 흐름은 너무나도 급변하고 빠르지만 클래식은 언제나 늘 그 자리에 나무처럼 있는 음악 같아요. 가끔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지만, 다가가면 언제나 그늘이 되어주는 듯한. 그런 매력은 영원한 것 같아요. 사실 가요의 경우에도 옛날 노래 듣는 사람은 많거든요. 음악은 과거가 될수록 더욱 빛나는 것 같아요. 클래식은 벌써 이미 몇 백 년을 거쳐서 빛을 내는 음악 같다고 생각하고 그런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자부심을 느낍니다.

선배로서 현재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순수한 열정으로 음악에 정진하는 후배님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고귀한 음악을 통해 자기 내면을 더 들여다보며 관객들을 치유하고 본인도 치유하는 그런 음악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며 서울대 음대 학생들을 응원합니다!

서면 인터뷰_ 신화정 작곡과 이론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