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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알렉상드르 타로는 에세이집 『이제 당신의 손을 보여줘요』의 몇 페이지를 자신의 첫 스승인 ‘타콩 선생님’에게 헌정했다. 이 짧은 꼭지는 여러 악기들과 타로의 만남에서 시작해 처음으로 그를 피아노로 이끌었던 선생님과의 기억으로, 선생님의 가르침에서 선생님의 죽음으로, 마침내는 그 자체로 선생님에 대한 ‘오마주’인 타로의 다음 여정으로 이어진다. 타로의 추도사에는 타콩 선생님의 조언이 등장한다. “피아노가 말하게 하고, 각 음 위에 음절을 놓아야 해”. “팔은 관이니, 물이 배에서 건반으로 흐르게 해야 해”.
음악대학 학생들은 대개 레슨을 통해 악기와 악보, 음악을 알아가고, 레슨이 끝나면 연습의 과정을 거친다. 연습은 때로는 기계적이지만, 학생들은 지난 레슨을 떠올리며 선생님의 음과 말들을 갈고리 삼아 무언가를 낚기 위해 애쓰기도 한다. 여기서 무엇을 낚아 올릴 단서 역할을 하는 온갖 ‘레슨의 언어’다. 선생님이 리듬과 템포, 강세에 대해, 모든 것을 관장하는 호흡과 몸의 흐름에 대해, 색깔과 모양에 대해(“더 날카롭게 연주하세요”), 소리의 무게에 대해(“소리를 띄워보세요”) 이야기하는 순간, 얼핏 듣기엔 사소하지만 매우 첨예한 그 일상 언어를 통해 우리는 혼자서는 결코 알 수 없었을 ‘음악의 비밀’들을 엿보고 또 체현하기 때문이다.
그런 신비한 이해의 순간을 엿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공개를 목전에 두고 있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과 네이버, EBS의 공동 프로젝트 “서울대 음대 레슨 노트”가 곧(2021년 3월부터) 송출될 예정이다. 프로젝트의 취지는 서울대에서 일어나는 레슨을 일반 시청자에게 소개하는 것으로, 촬영 및 편집한 레슨 영상을 네이버 TV를 통해 서비스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총 300편으로 계획되어 있는 3-5분짜리 클립 영상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올라갈 예정이며, 주말에는 풀 영상이 업로드된다. 영상은 작품 선정 이유와 특징을 포함한 교수의 레슨 개요, 학생의 연주, 연주에 대한 코멘트, 본격적인 레슨, 그리고 마무리 소감으로 구성된다. 레슨은 세 가지 이상의 포인트를 두고, 곡의 중요한 테마와 테크닉적으로 어려운 부분, 클라이맥스 등을 다룬다.
레슨 곡은 대체로 서구 전통의 유명한 ‘클래식 음악’이 중심이 되며, 지휘, 성악, 관현악 등 전공에 따라 적게는 5강좌, 많게는 100강좌가 제공될 예정이다. 가장 먼저 업로드될 영상은 지휘과의 차이콥스키(P. I. Tchaikovsky) 《교향곡 Op. 64, No. 5》레슨과 타악전공의 베토벤 《교향곡 Op. 67, No. 5》레슨이다. 또한 각 레슨은 르네상스 시대부터 20세기 이후까지 다양한 시대의 작품을 다룰 것이며, 특히 성악 레슨에서는 서구 예술 음악의 주요 아리아, 가곡뿐 아니라 홍난파, 조두남 등의 한국 가곡과 경기민요 《박연폭포》가 포함될 예정이다.
레슨 영상을 서비스할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인 네이버 TV는 최근 다양한 비대면 공연을 라이브로 송출하며 새로운 공연예술 향유의 기반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처럼 비대면 뉴미디어 콘텐츠 활용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와 민감도가 전례 없이 상승해 있는 지금, “서울대 음대 레슨 노트”가 제공해 줄 방대한 양의 콘텐츠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교수와 학생, 둘만의 공간에 ‘청중’을 초대하는 “서울대 음대 레슨 노트”가 선생의 언어와 음악의 비밀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이자 통로가 되어줄 것을 기대한다.
글_ 김해준 작곡과 이론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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