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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코로나-19로 달라진 학교 풍경
봄은 탄생의 시기이다. 겨울 동안 땅속에 있었던 어린 새싹들은 제 모습을 보이며 솟아나기 시작한다.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은 따뜻해진 봄기운에 몸을 녹이며 다시 활기찬 삶을 살아간다.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봄이 되면 설렘이 가득 담긴 일상이 시작된다. 학교는 분홍빛으로 물들고,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기도, 우연한 사랑이 시작되기도 하는 것이 봄의 생명력이다. 하지만 2020년의 봄은 달랐다. 생명의 봄은 비극의 봄으로, 죽음의 봄으로 변모한 것이다. 전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바이러스는 수많은 생명을 빼앗았고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어 놓았다.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됨에 따라 일상의 여러 활동이 중단되었다. 이는 음악계도 마찬가지이다. 예정되어 있었던 연주회들은 연이어 취소되었고, 음악계를 비롯하여 공연계, 영화계 역시 많은 고민을 안고 있다. 갑자기 닥친 위기 속에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은 어떻게 변화하였을까?
원격으로 즐기는 랜선 음악회
무릇 봄이 된 캠퍼스의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특히 음대 주변에는 수많은 벚꽃들이 분홍빛을 수놓고, 콘서트홀 근처의 거대한 벚꽃 나무 밑에서 사진을 찍으며 꽃놀이를 즐기는 것은 음악대학 학생들의 연례행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활짝 만개한 벚꽃이 무색하게도 코로나-19의 여파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학교의 거리는 허전하기만 했다. 이렇게 공허한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음악대학 학생들이 나섰다. 4월 8일, 4월 13일 두 차례에 걸쳐 야외에서 진행되었던 코로나-19 극복 봄꽃 연주회는 적적했던 캠퍼스를 멋진 연주들로 채웠다. “서공철류 가야금산조 진양, 중모리”, 파가니니의 “칸타빌레”, “4월의 어느 멋진 날에”, “오 솔레미오”로 구성된 따뜻한 음악으로 얼어붙은 것 같이 차가웠던 학교를 녹였다. 코로나-19 극복 봄꽃 연주회는 SNU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유튜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한편 어려운 상황에도 음악대학은 5월 26일에 첫 화요음악회를 무관중 라이브로 개최했다. 관객이 없는 어색함 속에서도 화요음악회의 포문을 연 WIN 앙상블은 최고의 연주를 보여주었다. 아울러 6월 9일에 진행된 두 번째 화요음악회의 주인공은 이번에 신임교수로 부임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교수였으며, 랜선 너머로도 관객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다. 김다미 교수의 화요음악회 역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유튜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새내기 대학 생활을 잃어버린 음대 신입생들을 위한 웰컴키트
대학 생활에서 가장 즐거운 시절을 꼽으라 한다면, 대학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것들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새내기 시절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처음 접하는 대학교 수업, 새로운 인간관계의 시작, 다양한 동아리 활동 등 주위를 둘러보면 색다른 즐거움이 가득한 새내기의 캠퍼스 생활은 그야말로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의 여파로 20학번 신입생들은 학교에도, 축제에도, 동아리 활동에도 참여할 수 없었다. 이러한 신입생들을 위로하기 위해 음악대학에서는 신입생들을 위한 웰컴키트를 준비했다. 학교에서 환하게 맞이해줄 수는 없지만, 환영의 마음을 담아 여러 선물을 웰컴키트에 담았다. 작년 대학 오케스트라 축제에서 멋진 연주를 펼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오케스트라의 말러 교향곡 CD, 2019년의 발자취가 담긴 소식지 24호와 25호, 신입생들이 늘 건강하기만을 바라는 마스크, 마지막으로 “비(B)”학점을 맞지 말라는 의미인 듯한 우산이 웰컴키트에 동봉되었다. 정성을 가득 품은 웰컴키트는 모든 신입생들에게 무사히 전달되었다.
생활 속 거리두기, 대면 수업의 시작
5월 6일, 확진자가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됨에 따라 음악대학은 이론수업을 제외한 실험·실습·실기에 한해 대면 수업을 허용하였다. 피아노 실기, 국악 실기, 기악 수업을 비롯한 약 20여 개의 실기수업이 교내에서 진행되었다.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만큼, 강의실에 들어가기 전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철저한 방역 수칙을 지켜야 했다. 먼저 음악대학 건물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체온 측정 후 문진표를 작성해야만 했다. 강의실마다 손 소독제가 비치되었고, 수업 중에는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두어야 했다. 강의 중에는 교수와 학생이 모두 마스크를 끼고, 사이에 투명 칸막이를 설치하여 대면 접촉에서 발생하는 감염의 위험을 최소화하였다. 지역감염을 막기 위해 개인위생과 방역에 신경 쓰면서도 학생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음악대학의 우수한 방법에 JTBC, KBS, YTN을 비롯한 여러 언론이 주목하였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는 갑작스러운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당연시 여겼던 평범했던 일상은 급격하게 바뀌었고, 앞으로도 더 많은 것이 낯설어질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모든 것들이 달라져도 학생들의 음악적 성장을 모색하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의 노력은 언제나 변하지 않을 것이다.
글_ 이창성_작곡과 이론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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