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현재의 소리] 스누뮤직: 재학생 인터뷰
    SNUMUSIC 2024.08.27 14:06

2021-09-21 20:38:43


2020년 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코로나19의 영향은 대학도 피해갈 수 없었다. 강의실에서 듣는 수업을 당연시했던 학생들은 줌(Zoom)을 통한 실시간 화상 강의나 녹화(동영상) 강의 등 비대면 방식의 수업에도 점차 익숙해져 갔다. 그러나 음악대학을 비롯한 실기 중심의 예체능 계열 대학들에는 수업의 비대면 전환으로 인한 질적 손해가 특히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이 1년 반 정도 지속되고 있는 지금, 학교생활에 대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학생들의 생각과 소감은 어떠할까? 코로나19 이후에 입학한 20학번, 21학번 학우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참여자: 김주미(작곡과 이론전공 20), 송예은(작곡과 작곡전공 21), 유은서(기악과 현악전공 20), 이선주(국악과 대금전공 21), 조우영(기악과 피아노전공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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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비대면 방식으로 인해 심각한 불편을 겪거나 손해를 입은 수업이 있나?

송예은(이하 송): 작곡전공은 상황에 따라 대면과 비대면을 융통했는데, 확실히 대면 수업을 했을 때에 같이 듣는 동기들의 만족도나 수업의 효과가 높았던 것 같다. 특히 화성법 수업은 모두 비대면으로 이루어져서 여러 수강생들의 아쉬움이 컸다. 

조우영(이하 조): 아무래도 시창청음 수업에 가장 큰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줌으로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배음이 잘 들리지 않아 학생들이 음을 받아 적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만큼 학생들과 교수님의 의사소통이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했다. 

김주미(이하 김): 크게 손해를 봤다고 생각한 수업은 딱히 없다. 교수님들께서 수업 중에 계속 질문을 받으셨고, 우리가 수업 내용과 진행, 시험 방식 등에 대해 “빠르다”, “어렵다”,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말씀드리면 모두 수용해 주셨다.

유은서(이하 유): 레슨을 비대면으로 진행하면서는 악기 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아서 교수님이나 나나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었다. 여러 기기를 사용해 봤지만 달라지는 게 없어서 초반 몇 주간은 레슨이 거의 불가능했다.

이선주(이하 이): 국악과에서는 본래 관현악 수업을 다 같이 2시간 정도 진행했는데, 상황이 바뀌면서는 악기별로 한 명씩만 모여서 그룹당 20~30분밖에 수업을 하지 못했다. 사실상 악보를 한 번 훑으면 수업이 끝나는 정도였지. 정악의 경우 합주로 맞춰 보는 게 중요한데 그것이 잘 이루어지지 못해서 아쉬웠다. 또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졌을 때에는 연주 영상을 찍어 과제로 제출해야 했는데, 정악에는 길이가 1~2시간 정도로 긴 곡이 많아서 혼자서 긴 영상을 촬영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Q. 전공 레슨과 실기시험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송: 작곡 레슨은 한 학기 내내 줌으로 이루어졌다. 실기시험은 딱히 없었고, 전공 필수 과목들의 경우 대면으로 진행되기도 했고 과제 제출로 대체되기도 했다.

조: 전공 레슨은 매번 대면으로 진행했고, 실기시험은 연주 영상을 제출하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김: 이론전공 수업은 건반화성을 제외하면 대부분 비대면이었는데, 코로나19가 상대적으로 잠잠해졌을 때에는 화성법, 대위법, 시창청음 수업을 대면으로도 몇 번 진행했다. 이 중 화성법과 대위법 수업은 실습과 피드백이 포함되어 있어서 선택적 대면으로 이루어졌다.

유: 비대면이었을 때 현악전공 실기시험은 개인 영상 제출로 대체되었다. 40분 정도 되는 작품에 스케일과 에튀드까지 한 번에 촬영하려다 보니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이: 원래는 단체 합주로 실기시험을 보았는데, 코로나19 이후로는 대면이어도 1인 시험으로 진행되었다. 20학번의 경우에는 영상을 제출했다고 하는데, 촬영을 위한 장소 마련이 매우 힘들었다고 들었다.

 

Q. 비대면 수업이 무조건 나쁘지는 않다는 반응도 많았다. 본인이 느낀 비대면 수업의 장점이 있다면?

조: 학교에서 멀리 사는 친구들이 통학 시간의 측면에서 가장 이득을 보지 않았나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녹화 강의는 교수님들께서 주말까지 출석을 인정해 주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는 게 큰 장점이었던 것 같다.

송: 교양 수업이나 일부 전공 수업의 경우에는 녹화 영상을 올려 주셔서 한 번의 설명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할 수 있어서 좋았다.

김: 서양음악사 등의 수업은 녹화 강의였기 때문에 보다 수월하게 시험공부를 할 수 있었다.

유: 통학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것, 그리고 수업을 듣는 데 있어 시공간의 제약을 덜 받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이건 모두가 느끼는 바이지 않을까.

 

Q.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대면 수업에서 개선되기를 바라는 점이 있는지.

송: 학생들의 참여도가 낮은 점, 교수님과의 소통이 필요한 과목에서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점이 개선되었으면 한다.

이: 줌으로 수업을 할 때 무의미한 영상을 틀거나 학생들에게 PPT 발표를 시키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별로 배우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비대면으로 수업을 하더라도 보다 유의미한 수업이 되었으면 좋겠다.

유: 2년 가까이 비대면으로 수업을 했는데, 그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얻어가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서 의미 없는 반복을 줄였으면 한다.

 

Q. 비대면 상황 속에서 동기들과의 만남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송: 대면 수업이 있을 때에는 같이 학식을 먹거나 공강 시간에 같이 과방에 있었는데, 대면 수업이 없을 때나 방학인 지금은 따로 사적으로 만나고 있다.

이: 사적 모임은 따로 없었고 대면 수업 날에만 가끔 보았다. 

조: 20학번의 경우에는 입학하자마자 코로나19가 터지는 바람에 동기들과의 만남이 거의 없었다. 학과 시험을 보러 갈 때 외에는 동기들과 다 같이 만날 기회가 없었다고 봐도 좋다. 학교 연습실에서 일부 동기들과 만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유: 우리는 사적으로 동기들과 단체로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처음 대면으로 만난 것이 아마 현악합주 첫 대면 수업 날이었을 거다.

김: 우리 과 21학번은 들리는 바로는 Zoom터디(Zoom+study)나 Zoom술 등 함께 ‘랜선 공부’를 하거나 노는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Q. 각종 교내 활동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이: 동아리를 많이 신청했는데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아서 힘들었다. 국악 동아리에서 악기를 가르치고 있는데, 원래 방학 때 모여서 연습 시간을 가져야 했으나 한 번도 만나지 못해서 너무 아쉽다.

유: 동아리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활동을 해도 너무 제한적이다 보니 불편한 점이 많았고, 그래서 들어가자마자 나온 동아리도 있다.

 

Q. 비대면 상황 속에서 겪었던 개인적인 일화나, 관련하여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송: 줌에 채팅 수신자를 따로 지정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설정을 잘못하면 모든 사람에게 전송된다. 교수님께서 대면 수업 참여 의향을 물어보시는 상황에 한 수강생이 “조금 번거롭긴 하다”는 의견을 모두에게 보내서 당황스러우면서도 웃겼던 기억이 있다.

조: 코로나19로 인해 타과 학생들을 만나기 쉽지 않은데, 비대면 교양수업에서 서로 친해진 학생들끼리 연락을 하여 직접 만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러한 용기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_이건욱(작곡과 이론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