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현재의 소리] 스승의 발자취를 따라서: 이경숙 명예교수
    SNUMUSIC 2024.08.27 13:53

2021-09-21 20:33:18



“스승은 영원히 영향을 준다. 스승은 자기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을 결코 말할 수 없다.” _헨리 애덤스


벚꽃이 만개하여 세상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던 4월이 지나가고 거리는 신록으로 치장되어 늦봄과 초여름의 경계에 다가섰다. 어느새 찾아온 5월은 가정의 달로, 수많은 기념일이 자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5월 15일이면 스승의 날을 기념하며 제자들은 스승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스승에게 어버이날과 같이 카네이션으로 마음을 전하는 것은 스승이 우리의 인생에 중요한 인물이며 제2의 어버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스승이라는 단어가 갖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스승은 단순히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이끌어주는 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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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서울대학교에는 참 위대한 스승이 많다. 우리나라 음악계의 기틀을 마련했던 스승들은 뛰어난 제자들을 배출하였고 이들은 다시 훌륭한 스승이 되어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제자들은 스승의 날이면 자신의 스승에게 감사를 표하며 훈훈한 장면을 연출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여느 때와는 달리 감사의 마음을 직접 전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음악대학은 스승의 날을 기념하여 닮고 싶은 스승을 찾아 그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감사의 마음을 전해보고자 특별한 기획을 준비하였다. 이번 특집의 주인공은 음악대학 성악과 이경숙 명예교수(이하 이 교수)이다.

이 교수는 일찍이 한국의 성악 및 오페라 장르의 정착과 발전에 헌신했다. 그는 1955년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뒤 미국 국무부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미국으로 건너갔다. 1957년 오벌린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며 서울대 음대 전임강사로 임용되었고, 1962년부터는 국립오페라단 단원으로 활동하였다. 또한 1970년에는 아시아 음악 교육자 회의의 한국 대표를, 1979-87년에는 유네스코 음악 교재 제작전문위원을, 1984-86년도에는 영미 가곡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1997년에 퇴임한 그는 2003년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성악이 전문적인 예술로 도입된 지는 아직 10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성악을 공부한 1세대 직후의 세대로, 성악으로 유학길에 오른 최초의 세대이기도 하다. 1954년 학부 재학 중 오페라 <왕자 호동>의 낙랑공주 역으로 데뷔하고 <나비부인>, <라보엠>, <오셀로> 등 여러 오페라의 주역을 맡으며 세계 무대에 섰던 그는 무대에서 화려하게 노래하는 성악가였을 뿐 아니라 후학 양성에 힘을 쏟는 교육자이기도 했다.

이 교수와 서울대의 인연은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1957년 음대 전임강사로 임용된 뒤부터 조교수, 부교수, 교수를 거치며 약 40년 동안 서울대에서 교육자의 길을 걸었다. 이 교수는 오랜 세월 동안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현 음대 성악과 박미혜 교수 등 수많은 성악 인재를 배출한 스승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97년에 퇴임하며 교단에서 내려온 이후에도 명예교수로서 여러 활동을 통해 후학 양성에 힘썼다.

한편 소설가 박완서, 한말숙과 각별한 사이였던 그는 문학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문학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이 교수는 『대지의 노래』(1983), 『예술가곡개론』(1990), 『예술가곡서설』(1995), 『말러와 그의 가곡』(2002), 『예술가곡의 이해』(2003) 등 여러 저작을 남기며 성악 교육의 이론적 틀을 구축한 학구적인 성악가였다.

여러 방면으로 한국 성악계의 발전에 이바지한 그는 자신이 몸담았고 후배와 제자 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 퇴임 후에도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이번의 음대 발전기금 출연에서도 학교가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하여 후배들이 좋은 환경을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하는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제자 한 명 한 명에게 충실했을 뿐 아니라 음악의 길을 걷고자 하는 후대의 음악도들에게 최선의 도움을 주려 한 진정한 스승이었다.

이 교수는 평생을 성악가이자 스승으로서 미래세대를 위하여 공헌했다. 그리고 이런 그의 모습에 많은 후배들은 존경을 표한다. 뛰어난 스승을 회고하는 일은 제자로서, 후배로서 큰 기쁨이다. 이 교수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그의 삶이 서두에 인용한 애덤스의 말을 증명하는 듯하다. 그가 음악계에 미친 영향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그의 제자들과 손제자들을 통해 계속될 것이라 믿는다.

 


글_신화정(작곡과 이론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