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세우는 소리] 새로운 시대, 새로운 모델: 민은기 학장에게 듣는 ‘서울대 음악대학 예술관 리모델링’과 ‘발전기금 모금사업’
    SNUMUSIC 2024.08.27 13:45

2021-09-21 20:23:18


1974년, 한국 모더니즘 건축의 1세대 건축가인 김수근이 서울대학교 예능관(현재의 음·미대 예술관)을 설계했다. 서울대 종합화 계획 및 관악으로의 이전과 동시에 진행된 프로젝트였다. 50~55동에 해당하는 이 6개동 철근 콘크리트 건물은 이듬해 준공되어 긴 세월 동안 서울대의 한 자리를 지켜 왔다. 한국 전통마당을 참고하여 자연지형과의 조화에 역점을 둔 건축으로 2013년에는 ‘서울미래유산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1] 같은 해 함께 선정 목록에 오른 덕성여대 도서관, 예술관, 자연관도 김수근이 서울대 예술관을 프로토타입 삼아 1970-80년대에 설계한 작품이다. 서울대 예술대학은 김수근 최초의 캠퍼스 계획이었으며 이후 타대학 캠퍼스 계획에 있어서 하나의 모델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지난 몇십 년간 수많은 서울대 구성원이 드나들어 온 예술관은 개관 당시의 상태 그대로 영원할 수 없었다. 대학 운영과 구성원이 변화하면서 공간 사용과 관련한 니즈도 달라졌다. 특히 지난 10여 년간은 미대와 음대의 공간 부족 및 건물 노후화 문제가 여러 차례 지적되어 왔다.[2] 미대 51동이 2016-17년에 걸쳐 리모델링되고 또 52동과 52-1동이 공사 중인 지금, 음대 예술관 53~55동은 개관 후 46년이 지나서도 리모델링을 거치지 않은,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가장 노후화된 건물로 꼽힌다. 음악도서관이 위치해 있는 예술복합연구동도 주된 사용처는 미대에 집중되어 있어 악기 보관, 연습, 연주, 실기수업 등에 필요한 음대 공간 마련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문제는 53~55동만이 아니다. 지형상, 예술대학 전체의 설계는 건물들의 분절 배치와 높이 차 때문에 구성원들이 한 건물에서 다른 건물로 쉽게 이동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특히 예술관 콘서트홀이 위치한 49동은 음악대학의 다른 건물들과 이어져 있지 않아 장애인, 비장애인 구성원들에게 크나큰 불편요소가 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민은기 서울대 음대 학장(이하 민 학장)이 열정적으로 추진 중인 ‘서울대 음악대학 예술관 리모델링’ 계획은 학교 안팎의 관심을 모으는 거대 사업이 될 전망이다. 약 50년 만의 대공사인데다, 민 학장이 2년의 임기 동안 가장 주력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민 학장은 작년 8월, 『울림』과의 「신임 학장단 인터뷰」에서 “임기 내에 수행할 특별한 계획”으로 음악대학 공간 부족 문제 해결과 55동 건물 재건축을 꼽았다. 임기의 반 이상이 지난 2021년 8월 19일, 민 학장에게 음대 예술관 리모델링에 관해 듣기 위해 학장실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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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의 이모저모
먼저 리모델링 사업의 개략적 윤곽에 관해 물었다. 음악대학 공간 문제의 심각성은 학내 구성원들이 보편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사항이나, 사업의 구체적인 계획과 추진 상황은 아직 일반 학생들에게 공표된 바 없다. 민 학장은 많은 이들이 해당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를 언급하며 일정과 예산을 비롯한 설계안과 현재의 진척 정도를 공개했다.
49동과 53~55동을 대상으로 하는 리모델링 공사는 53동과 49동부터 순차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53동 및 49동 공사 예산은 대략 43억 규모이며, 사업기간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약 2년이다. 지난 10월 53동 리모델링 사업이 승인되었고 올해 2월부터는 음대 각 과의 원로들을 중심으로 공간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 중이다. 53동-49동 연결통로 신설과 49동 로비 증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리모델링 연계사업 기획위원회 역시 통과되었다. 최근에는 리모델링 이후의 새로운 공간 구분 및 배치와 관련해 음대 교수회의와 공간위원회에서 교수연구실 배치안을 확정, 심의한 바 있다. 53동의 경우 올 12월 착공하여 내년 9월 준공한다는 것이 현재의 계획이다.


리모델링 사업을 둘러싼 주요 계획은 시행 경위별로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53~55동 리모델링, 연계사업인 53동-49동 공사, 그리고 음대 건물 쇄신과 함께 구축 예정인 전산예약시스템이다. 53~55동 리모델링 사업은 노후화된 건물에 대해 서울대에서 지원해 주는 개보수의 측면이 있지만, 49동 관련 사업은 서울대의 지원과 관계없이 민 학장이 처음부터 구상해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아이디어이다. 직접 인부를 고용하고 자재를 구입해 집을 지어본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며, 민 학장은 자신이 “증축 공사에 최적화된 학장일지 모른다”는 우스갯소리를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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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계획 투시도 (낮과 밤)

 

 

우리의 과제
세 가지 주요 계획의 핵심은 모두 효율적이고 기능적인 공간 사용에 있다. 특히 출입 보안·통제를 위한 스마트 예약·출입관리시스템은 사적 공간을 최소화하고 공유 공간을 극대화하는 사업 방향에 맞게, 시설 전반을 민주적인 방식으로 운영하는 데 활용된다. 이는 서울대 본부에서 구축하여 지난 7월 오픈한 신규 공간예약시스템 ‘예약하샤’와는 다른 서비스로, 자체 서버에 기반해 노쇼(no-show) 페널티 부여를 비롯한 기능들을 갖출 예정이다.
민 학장에 따르면 본 리모델링 사업의 기본 접근은 ‘확장’보다는 ‘현대화’에 있다. “공간 면적만의 문제가 아니라 단열, 방수, 전산망 배치, 배관 등을 모두 정비하는 계획이다. 효율성을 높이고 낙후된 부분을 안전하게 현대화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가장 먼저 시행될 53동 및 49동 공사의 세 가지 과제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해당 공사의 주요 내용은 내외부 리모델링과 내진보강, 53동 3층과 49동 로비를 연결하는 연결통로 신설, 그리고 49동 로비 증축인데, 이때 첫 번째 과제는 기존 건물의 가치를 보존하는 동시에 공간 활용도를 제고하는 것이다. 53동의 경우 옥상과 건물 외부에 휴게공간을 조성하고, 기존 외장의 일부를 유지 보수하여 활용하는 방식으로 입면을 재구성하며, 승강기를 옥상까지 연장하여 옥상 이용을 증대할 예정이다. 49동으로의 연결통로 역시 이동경로의 편리성과 효율성을 고려한 선택이다. 49동의 경우 새로운 인테리어와 로비 증축을 중심으로 공사가 진행된다. 로비 폭을 4.4m에서 9.6m로, 면적을 131㎡에서 295㎡로 확장하고, 콘서트홀다운 리듬감, 개방성, 예술성, 창의성이 깃든 디자인을 도입하려는 목적이다. 민 학장은 서울대 음대에서 보낸 50년간을 회상하며, “상상력과 표현력이 있는 인재들이 모였다기엔 건물이 너무 경직된 느낌인 게 늘 아쉬웠다”고 이야기한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두 번째 과제는 기능상의 첨단성, 편리성, 그리고 친환경성이다. 특히 “53~55동이 전부 방음과 차음이 약한데, 리모델링한 건물에서는 그런 부분을 개선할 예정”이라며 플러터 에코 방지, 실별 흡음재 및 확산재 배치, 천장·벽체·바닥 마감과 창문 등을 고려한 음향환경 계획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과제는 주변건물 및 캠퍼스와의 조화이다. 음악대학 입면의 연속성을 보존하고 49동 및 53동 외부설계상의 다양한 방안을 통해 전체의 통일성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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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계획 투시도 (로비와 브릿지) 


 
한 걸음을 위한 준비
하지만 이러한 과제들을 제대로 수행해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민 학장에게 2021년 상반기 내내 고민과 대화가 끊이지 않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민 학장이 협의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항들을 물었다. 우선 첫째는 역사성의 보존과 쇄신이다. 서울대 음대의 과거, 현재, 미래를 균형 있게 고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민 학장은 김수근의 건축이 서울대와 서울시 모두에게 큰 자랑임을 수긍하면서도 “많은 학생들이 사용하기에 아주 편리하고 효율적인 건물은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때문에 예술대학의 통일된 설계 의도와 외관상의 조화를 유지하는 선에서 환기, 채광 등의 문제해결을 위한 최대한의 개보수를 진행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둘째로, 공사 기간 동안의 수업 차질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 민 학장은 크게 두 가지 방안을 언급했는데, 첫 번째는 공사 시기 자체의 조정이다. 본래 내년 초부터로 예정되어 있던 약 9개월의 시공 기간을 올해 12월부터 내년 8월 31일까지로 앞당겨,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제외한 단 한 번의 정규 학기 동안만 불편을 겪게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체 수업공간의 배정이다. 53동의 강의실과 연구실에서 진행되던 수업을 54~55동뿐 아니라 220동과 49동 공간으로 분산시키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특히 성악과와 기악과 학생들의 레슨을 좋은 어쿠스틱 환경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최근 220동 강의실에 대해 방음공사를 실시한 바 있다.
마지막은 리모델링을 위한 재정 확충 방안인 ‘음악대학 예술관 리모델링 모금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지난 11월부터 내년 11월까지의 기간 동안 모금액 10억 원을 목표로 진행 중이며, 현재 모금액은 목표액의 33.75% 정도인 3억3천7백53만(337,530,000) 원이다. 49동과 53~55동 중에서, 민 학장은 발전기금의 주요 사용처로 특히 55동을 꼽았다. “건물의 현대화가 급선무이기는 하지만, 음악대학인 만큼 ‘홀’에 대해서는 미련이 좀 남는다”면서 시청각실을 비롯한 몇몇 강의실을 최첨단 스튜디오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모금은 현재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코로나19로 인해 약간의 차질이 있어 오기는 했으나, 민 학장은 “발전기금 모금을 위한 행사로 ‘예술의전당’에서 교수음악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대관도 마쳤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나가며
대학 공간이란 무엇인가? 공간 문제가 우리에게 이토록 중요한 것은 어째서인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모델은 언제 어떻게 형성되는가? 팬데믹을 겪으며 많은 서울대 구성원들은 대학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때에, 우리가 앞둔 서울대 음대 리모델링은 분명 단순한 개보수를 뜻하지만은 않는다.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권리와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라도, 리모델링 사업과 발전기금 모금사업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당초의 예술관 설계가 이후 김수근의 다른 건축에 일종의 프로토타입으로 기능했던 것처럼, 본 리모델링 사업도 향후 음악대학 발전과 개선의 첫 단추가 되어 주리라 기대한다.
 
글_김해준(작곡과 이론전공)

 


[1] 서울특별시에서 2013년부터 시행해 온 서울미래유산 사업은 미래세대에 전달해야 할 가치와 서울의 근현대사를 담은 서울시 소재 문화유산을 발굴, 선정해 보전하는 프로젝트이다.
[2] 2014년, 서울대저널(제127호)의 한 기사가 미대의 경우에 집중하여 이러한 상황을 자세히 다룬 바 있다. 이 기사는 예술복합연구동 신축과 미대 건물 리모델링이 예정되어 있음을 알리며, 해당 준공 계획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어줄 수 있을지를 물었다. 관련 기사: “미술대학, 이제는 달라질 수 있을까: 예술복합연구동 준공, 건물 리모델링 예정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