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식지
캠퍼스에 학생들 대신 싱그러운 풀내음만 가득 채웠던 지난 7월, 반가운 동문들이 음악대학 소식지 <울림>을 통해 후배들과 소통하고자 학교로 찾아왔다. 현재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이성준 음악감독이 후배들에게 보내는 아낌없는 조언을 들어보자.
연주 전공이셨는데 현재는 뮤지컬 음악감독과 작곡가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원래부터 작곡, 음악 감독 등 연주 외에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으셨는지요?
예고 시절 당시 남학생이 적어서 큰 악기를 옮겨야 할 때 종종 불려갔어요. 그러면서 자기 전공 외에도 오케스트라, 합창 등 다양한 음악 경험과 악기를 접할 수 있었어요. 또한 학교 내에 뮤지컬 동아리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처음으로 뮤지컬을 접했어요. 그러면서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는 이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제가 좀 더 찾고 싶었던 음악이었던 걸 깨달았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1년에 3-4편 정도의 뮤지컬이 공연되던 실정이었고 (지금은 1년에 200-300편 정도 올라가죠), 그렇다 보니 제가 뮤지컬을 한다고 했을 때 선생님들이 많이 반대하셨어요. 그래서 뮤지컬에 대한 관심은 제 마음속에만 접어둔 채 대학교로 진학했고, 대학 역시 예고 때와 다를 바 없이 다소 보수적인 분위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동아리나 주변 친구들이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을 갖고 연주를 하는 것을 보면서 저도 뮤지컬에 대한 관심과 꿈을 키우게 되었어요.
학교 재학 중에도 외부에서 다른 활동들을 하셨다고 했는데, 어떤 일들을 하셨고,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저는 제가 적극적으로 찾아봤던 것 같아요. 외국 가수가 내한 공연을 하는 데 무대 크루(무대 진행 및 전환을 돕는 사람들)를 뽑는다는 모집공고 글을 보고 지원을 했어요. 그러면서 리허설도 참관하고 가까이서 그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죠. 일당 5만 원을 받으면서요. 그렇게 가수 콘서트에서 무대 크루로 참여하기도 하고, 뮤지컬의 조연출도 하기도 했어요. 뮤지컬에서 기타 세션으로 일하기도 했어요.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연관시켜서 어떤 저만의 접점을 찾으려고 꾸준히 노력했어요.
학부 졸업 이후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음악원에서 유학하셨습니다. 졸업 후 곧장 떠나셨는지요?
아니요, 저는 1년 반 정도 일을 하다가 갔어요. 졸업을 할 즈음에 뮤지컬 조연출과 기타 세션 일을 했는데, 2018년도 평창올림픽에서 연출을 맡았던 장유정 연출가께서 당시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로 데뷔를 하셨어요. 저는 그 작품의 조연출로 일을 했는데, 그때 연출가로부터 음악감독 자리를 제안받았어요. 그렇게 뮤지컬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뮤지컬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어졌고, 뮤지컬의 본고장인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기로 결심했죠. 그 후 뮤지컬 <레미제라블>,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등으로 굉장히 유명한 영국의 뮤지컬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가 만든 학교인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음악원(Royal Conservatoire of Scotland)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뮤지컬 전공(MA Musical Theatre)으로 진학을 했어요.
뮤지컬 음악감독 그리고 작곡가로서 일을 할 때 음악적 능력 외에도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음악감독과 작곡가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소통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소통은 각기 다른 구슬들을 하나의 실로 꿰어내는 것이죠. 작가와의 소통, 연출과의 소통, 프로듀서와의 소통, 배우와의 소통 등 뮤지컬에서 소통은 아주 중요해요. 내부에서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결국 관객들로부터도 외면을 받죠.
그리고 제가 감히 작곡을 하는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자기 음악을 많이 쓰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의 음악을 많이 듣고 연주를 하라고 해요. 그 이유는 자기 음악의 성립은 나이를 먹으며 차차 성립이 되어가겠지만,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렇다고 무작정 많은 음악을 듣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곡들을 선정하고 이를 연구할 때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다양한 장르에서 방법을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죠.
같은 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미래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불안하죠. 어둡게만 느껴지고. 저 또한 그랬어요. 후배들에게 소통하고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으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우리나라 예술가들은 너무나도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알리는 데에는 다소 소극적인 것 같아요. 자신만의 매력을 보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해요 그리고 너무 돈만 좇지 말라는 이야기도 덧붙여주고 싶어요. 돈을 벌 수 있는 타이밍이 조금 늦을 수 있겠지만 조급해하지 말고 ‘평생 직업이다’ 생각하고 임했으면 해요. 실제로 평생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기도 하고요.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말고 이것저것 다양한 많은 경험을 하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그러다 보면 음악이라는 큰 틀 안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도 있겠죠. 당장 내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큰 걱정은 하지 않았으면 해요.
이성준 음악감독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하고 최우정 교수가 작곡한 창작 뮤지컬 <광주>는 올 10월 홍익대학교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글_ 조수현_음악과 석사과정
- 이전글[02 현재의 소리] 졸업생 인터뷰: “자유로운 음악의 매력” - 김가온 (작곡과 이론전공) 24.08.27
- 다음글[02 현재의 소리] 졸업생 인터뷰: “뮤지컬에 빠지다” - 원미솔 (작곡과 작곡전공) 24.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