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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현재의 소리] 신임 교수 인터뷰: 작곡과 세바스티안 클라렌 교수 “동서양의 전통을 묶어낸 현대의 아름다움”
  • Category2021 Autumn
  • Writer음악대학
  • Date2021-09-21 20:30:01
  • Pageview914

Q. 서울대학교에 온 지는 얼마나 되었나? 오기까지의 과정이 어땠는지도 궁금하다.
A. 라이프치히 국립음대에서 가르치기 전까지 수년간은 프리랜서 작곡가로 일했고, 서울대 음대에서는 작년 봄학기부터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대에 오기까지의 일화가 꽤 재미있다. 한국인 동료가 교수 모집 공고에 대해 알려주며 “시간이 촉박해도 한번 시도해 보면 좋을 것”이라고 하더라. 전부터 한국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고 여기서의 일자리를 찾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기에 곧바로 알아보았다. 왜 시간이 촉박할 거라 했는지는 그때 알았다. 지원서가 내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웠던 거다. 거의 2주 동안 밤을 새 가며 준비해서 겨우 원서를 접수했다.
 
Q.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A. 어렸을 때부터 고향인 만하임의 음악원에서 리코더, 클라리넷, 피아노를 배웠다. 어느 날 음악원의 한 친구가 작곡 수업에 대해 알려줬는데, 얼마 후 그 수업에서 내 첫 작품을 썼다. 평생 동안 할 일이라고 그때 확신했다.
 
Q. 라이프치히 국립음대에서의 경험은 어땠나? 독일의 대학과 서울대의 차이점이 있다면.
A. 라이프치히에서는 현대음악 분석을 가르쳤는데, 서울대학교에서 강의하는 수업들 중 하나와 비슷하다. 그 수업에서는 주로 근 30년 안에 쓰인 음악들을 분석했다. 학생들에게 앞으로 그들이 직접 겪게 될 전문 작곡가의 세계와 환경을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학생들이 현대음악 분야에 친근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현대음악의 작곡기법과 미적 감각을 학습하여 최종적으로는 자신만의 예술적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
서울대에서의 첫 학기에 코로나19가 발생했다. 워낙 이례적이고 낯선 상황이라 아직 독일 대학과 서울대의 차이점을 확실히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유럽의 대학생들은 한국의 대학생들보다 연령대가 약간 높다. 학교 시스템이 상이하기 때문인데, 종합대학인 서울대와 달리 유럽의 음악학교와 예술학교는 독립적인 교육원으로 존재한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분야의 교육자, 연구자 들과 함께 소속되어 있는 것이 예술가에게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의 모델을 선호한다.
 
Q. 서울대에서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하다. 학교의 첫인상, 수업과 학생들에 관한 일화를 공유해 준다면.
A. 코로나19로 인해 모두들 예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작년 2월, 첫 학기 수업을 위해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격리 기간을 가졌고 이후에는 난생 처음으로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다. 정말 이상한 경험이었지만 나쁘다고 생각하지만은 않는다. 새로운 방식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때로는 기존 방식의 수업보다도 진행이 쉽다. 나는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과 감상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도록 충분히 시간을 주는 편인데, 이 점에서는 비대면 수업이 대면 수업보다 좀 아쉬웠다. 그래도 점차 개선되는 중인 것 같다. 수업 내용에 있어서는, 학생들이 내가 준비해 가는 현대음악 작품들에 굉장히 빠르게 익숙해지는 편이더라. 현대음악을 배우는 일의 중요성을 잘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Q. 한국 전통음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떻게 해서 이 음악에 매료되었는지.
A. 한국 전통음악은 베를린 예술대학 재학시절 처음 접했다. 한국인 유학생 친구에게 거문고산조 카세트 테이프를 빌렸는데, 듣기를 멈출 수가 없더라. 표지도 문구도 없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신계동 선생님의 연주임을 확신할 수 있다. 풍부한 소리와 명료한 표현, 정제된 절도가 나를 매료시켰다. 처음 접한 한국 전통음악은 마치 새로운 현대음악을 듣는 경험 같았다. 2014년 국립국악원에서 국악 워크샵을 수강한 뒤, 베를린에서 유홍 선생님에게 대금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내 작품은 철저히 서양음악에 근간을 두고 있었는데 완전히 다른 기보법, 완전히 다른 소리, 완전히 다른 호흡을 배움으로써 음악세계가 뒤바뀌었다. 기존의 교육 위에 새로운 교육 한 겹이 자연스럽게 씌워지는 듯한 경험이었다. 작곡가로서 음악에 대해 훨씬 유연한 시각을 얻었고, 덕분에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유럽에서 온 음악인임에도 때로는 유럽의 전통음악을 외부인의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된 거다.
 
Q. 예술가이자 교육자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A. 목표를 갖는다는 건 본인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러한 앎이 예술가에게 정말 필수적이며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현재로서는 나를 둘러싼 세상과 다양한 영향 아래 순전히 ‘열려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가들에게 작품의 재료와 원천은 주로 소리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음악적 재료의 개념은 ‘연주가 가능한 모든 것’으로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것 같다. 나 자신도 세계를 반영하고 연주하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예술가로서 내가 아는 모든 재료와 기술에 열려 있으면서 동시에 학생들에게도 교육자로서 여러 선택지를 보여주고 싶다. 특정 방향으로 내몰기보다는 개개인의 재능을 깨우쳐 주는 것이다.
 
Q. 학생들이 각자의 음악적 스타일을 가지게 하려면 어떻게 지도해야 하나?
A. 오늘날 현대음악 세계는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다양한 스타일이 당연하게 공존하기 때문에, 그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이제 너무나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이 되었다. 학생들에게 특정 방향을 지시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시대착오적이다. 물론 모든 스타일에 모든 방식이 똑같이 잘 어울릴 수는 없다. 하지만 작곡 선생으로서 학생에게 가르치고 강조해야 할 것은 스타일 자체보다는 적용하고 실천하는 ‘실행력’이다. 나는 우선 학생이 무엇을 이루고 싶어 하는지를 이해하고, 각자의 구상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려 한다. 수업과 조언 들을 통해 학생의 작품 스타일을 변화시키는 것도 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교육자로서 가져서는 안 되는 목표라고 생각한다. 덧붙이자면, 가끔은 위험과 실패를 감수하도록 독려하는 것도 학생들의 성숙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예술 교육은 학생들이 넓은 시야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
 
Q. 마지막으로,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는지.
A. 유럽과 한국에서 꽤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Gagokbounce: One by One>일 것이다. 2012년 박민희 선생님의 베를린 리사이틀을 본 뒤부터 기획해 온 프로젝트인데, 한국계 미국인 작가 차학경(Theresa Hak Kyung Cha)의 아름다운 시를 가사로 한 연작 가곡이다. 다른 전통 가곡과 마찬가지로 적은 수의 단어들이 긴 호흡의 음악을 구성하고, 한 시간 분량의 곡에 약간의 무대 요소가 첨가된다. 박민희 선생님께서 창을 해 주시고 강지은, 유홍, 김웅식의 ‘WhatWhy(왓와이)’ 앙상블이 도움을 줄 예정이다. 테스트 녹음까지 마쳤고 이제 연주자들과 협력해서 수정 작업을 하면 된다. 한국 전통음악은 현대음악으로서 어마어마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번 가곡 프로젝트를 통해 이런 생각을 잘 보여주고 싶다. 서울대 신임 교수 연구지원을 통해 가능했던 프로젝트라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기쁘다. 서울대에도 감사를 전한다.
 
글_김재환(기악과 피아노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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