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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현재의 소리] 졸업생 인터뷰: 손지혜 (성악과)
  • 카테고리2021 Spring
  • Writer음악대학
  • 날짜2021-03-29 22:38:07
  • Pageview69
먼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해서 특히 연주자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요?

뜻하지 않게 힘든 시간을 맞게 되었어요. 연주자뿐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처음에는 몇 달만 견디면 될 거라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이 시간이 길어지고 있고, 언제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올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모두의 마음이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조금 쉴 수 있는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연주자들도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무대에 다시 올라 노래하고 싶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열정을 가지고 활동하는 직업인지라 노래할 수 없고 무대에 설 수 없고 관객들과 소통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인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이 연주자들에게 오히려 좋은 시간이 될 수도 있는데요, 저의 경우에는 끊임없이 다음 작품을 연습하고 무대에 서느라 그간 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발전시키는 기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레퍼토리를 공부하거나 책을 읽고 다른 악기들을 다루면서 더 많은 소양을 쌓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이후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전문과정과 성악 전문 과정을, 독일에서 독일가곡 최고 연주자과정을 거치셨어요. 다양한 무대에 꾸준히 서시는 만큼 그 차이점이 있을 것 같은데, 오페라 무대에 설 때와 가곡을 부를 때에 어떤 차이점을 두고 노래하시는지요?

오페라 무대에 설 때는 내가 맡은 오페라의 역할 안에 들어가서 그 역할을 충분히 표현하고 노래해 내는 것이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곡을 부를 때는 많은 경우 나 자신이 관객에게 직접 이야기를 전해주게 됩니다. 다시 말해, 가곡은 섬세하고 개인적이며 친밀하다고 말한다면 오페라는 더욱 선이 크고 웅장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곡을 노래할 때는 아름다운 언어의 섬세함 안에서 관객과 소통하고 오페라를 할 때는 내가 맡은 역할을 목소리로, 또 몸으로 완전히 소화해서 표현해 내고자 노력합니다. 특히 오페라는 규모가 장대하며 지휘자, 모든 역할들, 합창, 오케스트라까지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협업이 중요합니다. 

이탈리아에서 《라보엠》의 무제타 역으로 데뷔한 이후에 세계 유수의 극장 무대에 서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역할 혹은 무대가 있으신지요?

외국에서 많은 무대에 섰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고국의 무대가 아닐까 합니다. 외국에 비해 한국에서는 아직 많은 활동을 하지 않았을 때였던 2014년에 국립오페라단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역을 맡게 되었어요. 처음으로 한국에서 타이틀롤로 중요한 무대에 선 것이었는데요, 그 오페라를 하면서 다시금 의미와 사명감을 되찾게 되었고 또 다른 단계로 넘어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어요. 몇 십 년 동안 노래했던 삶 중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고 또 미래에도 기억에 남을 무대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외국에서 했던 공연 중에 2013-14년 프랑스 아비뇽, 비쉬 등의 도시에서 했던 《돈 파스콸레》라는 작품이 빠질 수 없을 것 같아요. 많은 오페라를 했지만 이 때 만난 동료들처럼 이렇게 모든 캐스트가 한 가족처럼 지내게 된 적은 없었어요. 그때 함께 공연한 5명의 캐스트가 《돈 파스콸레》 이후 매년 함께 의미 있는 공연도 하자고 약속했고 정말 매년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에서 자선단체를 돕는 자선음악회 등으로 그 만남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독일의 도르트문트 오페라 극장의 전속 가수로 활동 중이세요. 어떤 계기로 전속 가수가 되셨는지 그리고 오페라의 어떤 점에 매료되어 오페라 가수가 되기로 결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전속 가수라는 시스템은 어떻게 보면 독일어권 중심으로 발전되어 있는 극장 시스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우리에게 익숙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한국의 유수 성악가들이 독일어권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어서인 것 같은데요, 장점이 많기 때문에 많은 성악가들이 전속 가수로 노래하기 위해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저도 프리랜서로 활동을 하다가 약 2년 전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다른 도전을 해보게 되었어요. 프리랜서와 전속 가수로의 삶은 많이 다르고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전속 가수로서의 가장 장점은 내 집에서 살면서 노래하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프리랜서로는 매일 짐을 싸고 다니며 새로운 곳에서 생활하며 지내야 하니까요.

오페라 극장들은 향후 여러 해를 미리 계획해놓기 때문에 좋은 극장장들은 전속 가수가 가지고 있는 좋은 점들을 계속해서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그 가수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들을 가장 적기에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곳이 저에게는 그런 기회가 되는 곳인데 음악과 노래와 목소리가 성숙해가며 또 새롭게 제가 해보고 싶었던 역할들을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도전이 계속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입니다.

음악, 그 중에서도 성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부모님이 음악학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셨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듣고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하며 자랐고 그러한 삶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어요. 그리고 자라면서 선택의 중요한 기로마다 이끌어주시고 조언해주신 은사님들이 계신데, 그분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좋은 길을 찾기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분명 이것은 제 의지로만 선택한 삶이 아닌 이 길로 인도해주신 분명한 손길이 있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고 선택할 수 있는 때가 되었을 때는 나에게 맡겨진 일이라는 확신으로 중간에 멈추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이 길을 선택해서 꾸준히 달려오게 되었어요. 

2020년 6월, 코로나19모든 극장이 닫았을 때 세계에서 유일하게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전 막 오페라를 올린 재공연 《마농》의 마농을 열연해 호평을 받으셨어요. 현시대에 맞는 도전적인 행보가 인상 깊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사실 이 작품은 2018년에 국립오페라단에서 이미 한 차례 공연된 바 있는데요, 작년 6월에 국립오페라단에서 올린 《마농》은 온 세계 오페라 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코로나19팬데믹으로 모든 극장이 다 닫아야 했던 상황이라서 외국의 많은 평론가와 제작자와 연주자들이 한국에서는 어떻게 공연을 올리는지, 또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에서의 성공적인 대응책은 무엇인지, 연습할 때는 어떤 방역 수칙으로 하는지 등등에 대해서 기사도 쓰고 관심 있게 지켜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발전된 인터넷과 방송 기술로 라이브로 송출해 대면 관객보다 몇 배나 많은 오페라 관객을 맞이하게 되었죠. 하지만 노래는 관객과 교감해야 하는 부분이 필수적이므로 막상 연습 때와 다름없이 빈 관중석 앞에서 노래한다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때문에 관객과 함께 할 때의 집중력과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오페라를 화면으로 보게 되면 성악가의 섬세한 표현과 표정이 돋보이게 되어 연출가와 더 디테일한 부분까지 표현해내는 작업이 필수적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제가 소속되어 있는 도르트문트 극장에서도 2020년 3월, 유럽의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모든 극장이 문을 닫고 있을 때 유럽에서 열린 거의 마지막 공연을 했습니다. 당시 관객 없이 진행된 오베르(Daniel Auber)의 《포르티치의 벙어리》 공연에 대해 전 유럽에서는 많은 관심을 보냈으며, 특히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서는 26명의 평론가가 모여 코로나 시대의 비대면 오페라에 대해 평을 나눈바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힘들어진 시대에 오페라도 시대에 맞춰 진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문화를 살려야 하는지 다방면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고 연주자들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재학시절 중 서울대학교 정기오페라에서 주역으로 출연하는 등 다양 한 행보를 보이셨는데, 재학시절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활동이나 일화가 있으신지요? 

서울대학교는 저에게 선물과 같은 시간을 준 곳이에요. 가장 즐겁게 보냈던 시간이었고 그 곁에 선생님이 계시고 학우들이 있었어요. 힘든 일이 있을 때 본부 앞 잔디밭에서 샌드위치를 사주면서 좋은 얘기를 해주던 저보다 7살 많았던 동기 언니가 갑자기 기억나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난 인연으로 만나게 된 우리 동기들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어느 곳에 있던지 서로 여전히 응원해주고 도우며 힘이 되어줍니다. 그리고 학교에서의 수업, 정기오페라와 연주 등이 많은 기회와 배움의 문을 열어주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크나큰 자산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올린 정기오페라 《까발레리아 루스티까나》는 제가 오페라 무대에 처음으로 데뷔하게 된 작품이었어요. 서혜연 교수님의 가르침 아래 중앙음악콩쿠르에서 1등으로 입상하였고 조선일보 신인음악회에 초청되어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학부 이후에 이탈리아에서 성악 전문과정과 오페라 전문과정을 마치셨어요. 당시 이탈리아로의 유학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성악의 기본, 벨칸토 발성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유학은 제가 성악을 시작하면서부터 당연하게 꿈꿔오던 일이었습니다. 다른 나라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 이후에 자연스럽게 독일로 오게 되었지만 이탈리아에 있었던 약 5년 반의 시간은 저에게 중요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일단 성악에 있어서 이탈리아어는 기본적으로 너무나 중요한 언어입니다. 한국을 더 잘 이해하려면 한국어를 알아야 하듯, 이탈리아어를 이해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성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고 그 언어로 소통하면서 그 나라 깊은 문화 속에서 나온 오페라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생겼죠. 우리나라의 ‘한’이 판소리에 서려있는 것처럼 유럽의 정신과 문화가 유럽의 각 언어의 오페라에 서려 있어요. 그것을 이해하고 몸으로 체득하여 소화해 내는 것이 가장 어렵고도 기본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4년부터 국립오페라단의 초청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라 트라비아타》, 《동백꽃 아가씨》, 《마농》 등의 작품에 주역으로 무대에 오르셨어요. 오페라 가수로서 무대에 설 때, 노래를 잘하는 것 외에 또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요?

언젠가부터 노래를 잘하는 것 외에 더 많은 것을 잘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노래 이외의 다른 것들도 발전시키고 시도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시도하면 할수록, 이 직업에 깊이 들어갈수록 ‘노래를 잘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고 중요하며 그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얘기해도 모자라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리고 정말 노래를 잘하게 되면 깊은 음악적인 표현과 몸의 표현이 가능해요. 그런데 그 인내의 과정을 건너뛰려고 하니 본질이 퇴색되고 노래를 꾸미거나 치장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거죠. 저에게 노래를 잘한다는 것은 소리에 자신의 영혼을 완전히 담아내는 거예요. 그 부분은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이기심과 욕망을 쏟아내버리고 나 자신이 깨져야 하는 힘든 시간이 필수적이에요. 이것을 인내하고 버티고 성장할 수 있는 힘이 귀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또 동료와의 굉장히 긴밀한 협업을 요구하는 오페라에서 서로 팀워크를 맞추는 중요한 역할을 맡기도 해요. 그리고 목소리가 생명인 성악가에게는 공연을 앞두고 사람들을 만나거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수다를 떠는 소소한 일상을 즐기기 힘들어요.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건강한 식이조절은 늘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성악가의 가장 기본적인 생활습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기본 위에 공연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해주세요.

이 길이 정말 힘든 길이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까지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 길은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볼 수 없어요.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넘치는 에너지로 화려한 기교와 능력을 뽐냅니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길은 평생 걸어야 하는 길이에요. 오르막을 걸을 때도 있고 내리막을 걸을 때도 있고 최고봉에서 만세를 부를 때도 있고 남들보다 낮은 곳에 있는 것 같은 때도 있어요. 높은 곳에 서있다 해서 교만하지 않고 낮은 곳에 있는 것 같다 해서 절망하지 않으며, 늘 경쟁대 위에 서야 하는 직업이지만 오히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때를 기뻐하고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길을 가야하는 것 같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후배들이 지금 당장 무엇을 이루어야 한다는 성급함보다는 멀리 바라보는 안목을 가지고 우리가 쉽게 놓치는 기본에 늘 충실하며 맡겨진 학업에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모든 아름다운 경험들이 좋은 음악을 만드는 토대가 되기 때문에 자기에게 맡겨진 삶을 하루하루 감사하고 충성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래’라는 것은 우리의 삶 가운데 늘 존재하기 때문에 모두가 그 안에 있는 풍성함과 기쁨을 누렸으면 좋겠어요. 

서면 인터뷰_ 신화정 작곡과 이론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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